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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영화 리뷰하는 유튜버들이 평소보다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어떤 유튜버가 이 워리어 넌을 리뷰했는데 보자마자 이거다 싶어 바로 시청하게 되었다. 난 신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으며, 종교는 질색하고, 허구적인 소재인데 시나리오 마저 단순하면 질색하는 편이다. 이 워리어 넌도 현대물이지만 중세시대에나 있을 법한 소재를 차용해 수녀원, 선과 악과 같은 종교적 색채를 차용한 드라마이다. 성서의 구절을 에피소드 제목으로 차용한 점도 재밌지만 사실상 종교 얘기를 한다고 정확하게 성서의 구절을 따라가는 느낌은 아니다. 사실 십자군 전쟁도 지금처럼 국가와 민족의 개념이 있고 선전포고 하는 전쟁이 아니라, 가문과 영토에 충성하는 봉건사회에서 영토확장과 봉건 영주가 되기 위한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뜬금없이 악마가 등장하고 아드리엘이라는 천사가 등장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조승연의 유튜브 킹덤오브헤븐 참고)

 유튜버의 설명도 감칠맛 나게 좋았지만 또 한 가지 날 이 드라마로 이끈 것은 주인공의 외모다. 정말 이쁘고 소녀스러운 이미지 인데도 말투는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면이 있어서 낮은 연령대부터 높은 연령대까지 두루두루 매력을 과시할 수 있는 케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불호가 있을 순 있지만 액션이 군더더기 없이 있을 데 있고 필요한 장면만 깔끔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라 적당한 느낌이 들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이 정도의 타격감 정도만 있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스토리도 악마 사냥 같이 흥미로워서 바로 시청하게 되었다.

줄거리

 주인공 에이바는 교통사고로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를 잃고 혼자 고아원에서 사지마비 상태로 몇 년을 지내는 고아다. 그녀는 성년이 되면 고아원에서 나와 혼자 살아야 하지만 나가기 전날 밤이 마지막 밤이었다. 돌봐주시던 수녀님이 그녀에게 안 좋은 약물을 일부러 과다 주입한 것이다. 사망하여 근처 수녀원에서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는 와중에 이 드라마 최초의 극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인간계로 바로 지금, 현실에 찾아온 악마 타라스크(Tarasque)가 워리어 넌(Warrior Nun) '섀넌(Shannon)'이 몸에 지니고 있는 헤일로(Halo)를 찾으러 온 것이다. 이 헤일로는 천사 아드리엘(Adriel)이 지상에 남긴 조각물로 워리어 넌의 등 뒤에 남아 신비로운 힘을 워리어 넌에게 심어주는데, 악마 타라스크는 이 헤일로 에너지를 감지하여 나타나 지옥으로 갖고가려 하는 것이다. 그가 이 헤일로를 갖고가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균형이 무너져 어둠이 세상을 잠식하고 천국의 힘이 약화되며 지옥의 힘이 강해진다는 설정이 있다. '섀넌'은 모종의 함정에 빠져 디비늄(Divine + um) 폭탄에 휩싸였다. 이 디비늄은 강력한 헤일로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물질로서 악마를 퇴치할 때도 쓰지만 반대로 이 헤일로와 헤일로의 힘을 지닌 워리어 넌에게 죽음을 선하할 수 있는 물질이기에, 섀넌은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다. 섀너은 곧 자기의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깨닫고 자기를 끝까지 지켜준 동료들에게 이 헤일로를 뺴내어 아무에게나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그 헤일로가 시체나 다름 없었던 에이바의 등 뒤에 들어가면서, 그 신비한 힘으로 인해 에이바는 되살아난다.

 에이바는 그 힘 때문인지 살아나자마자 현실 악마를 보게 되고, 불가사의한 능력을 직접 체험하지만, 사지마비로 몇 년을 침대에 꼼짝없이 묶여살았으니 이런 거창한 전사가 된다는 현실은 너무도 무거웠다. 그녀는 곧바로 친구도 사귀고, 키스도 해보고, 춤도 춰보고, 놀러다니는 삶을 갈망하게 된다. 헤일로 때문에 에이바를 쫓는 수녀들을 뒤로 한 채 방황하는 것은 꼭 대단한 의지나 악과 싸우는 정의의 현신 이런 것과 거리가 먼 현실 소녀를 보는 것 같다.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제부터 악마를 무찔러야 하는 최종전사 역할을 해야하는 심정이 느껴졌다. 나 같아도 갑자기 어느날 일어났더니 넌 이 세상을 지켜야 할 용사라면서 검을 쥐어주고 마음과 육체를 단련하고 악마를 무찔러야 한다면 부담스럽기 짝이 없겠다. 그래서 새로 친구를 사귀면서 나쁜 짓도 배우고 하지만 그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삶을 얻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또 귀여운 남자애한테 호감을 느끼면서 어느정도 사랑의 감정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수녀원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섀넌'을 잃고나자마자 헤일로의 행방도 묘연해졌으니 신부와 수녀들이 그녀를 찾느라 난리가 난다. 릴리스라는 수녀는 자기가 섀넌 다음으로 헤일로를 차지해야 한다고 믿었고, 메리라는 수녀는 절친인 섀넌의 죽음이 석연치 않아서 그 뒷조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신부와 추기경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끝까지 자기의 친구를 죽음으로 내몬 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려고 노력한다. 여기까지가 초반 1, 2화 정도의 개략적인 줄거리이고 중간에는 정말 수많은 복선, 떡밥들을 뿌려놓아서 정리가 쉽지가 않다.

(강스포주의)

 난 마지막까지 세속주의의 상징인 아크테크의 사주로 교황청 누군가의 배신 때문에 섀넌이 함정에 걸려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추기경 투표로 교황 선출식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추기경이 나쁜놈이고 수녀원장과 릴리스도 다 한패거리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또 의심가는 인물 중 하나인 릴리스는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후에도 창백한 메이크업에 끔찍하기 없는 표정연기로 인해서 지옥의 딸같은 면모를 보여주려나 싶었다. 중간중간 CCTV에서도 사라지는 모습 때문에 얘는 진짜 타라스크에게 영혼이라도 먹혔나 싶어서, 중간중간 지옥문 열리는 듯한 CG가 나올 때쯤에는 거기서 악마의 군단이라도 쏟아져 나와 디아블로 게임처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이 들었다. 또 전혀 상상도 못하겠고, 대화를 읽어도 선뜻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 아드리엘이 짜잔하고 악마가 되서 나타나는 장면은 충격과 공포나 다름없었다. 뜬금없이 에이바가 타라스크가 아드리엘 시체의 기운에 이끌려 지상에 나타난다는 얘기만 할 때도 그러려니 하면서 봤었다. 그럴수도 있다고 봤는데 사실 아드리엘이 악마의 현신과 같은 존재라는게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시즌2가 나오면 이 부분을 좀 더 부연설명하는 부분이 나올 것 같다. 메인 악당은 아드리엘이라는게 명백해졌으니 말이다.

 또 진짜 허무할 수도 있지만 빈센트 신부가 중간에서 배신하여 섀넌 신부를 죽이는 역할을 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섀넌이 빈센트를 믿고 추기경에게 가서 사실대로 얘기 했을 때 부레티 추기경이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는 것인가.

 결말은 어쨌든 아드리엘이 봉인에서 풀려 지상에 나타나 행패를 부리려던 찰나에 빈센트 신부가 기다리라고 했잖습니까 하면서 자제시키는 내용이다. 불안해보였던 릴리스와 아크테크 대표 질리언은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했고, 질리언의 아들은 질리언의 걸작인 차원문을 통해 사라져버렸다. 아무래도 디비늄이 혈액으로 들어가 천사를 봤다는 아들 마이클은 아드리엘의 힘에 이끌려 평행세계의 지옥에 가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즌2는 마이클의 행방 여부, 릴리스가 지옥에서 보고온 것, 빈센트와 아드리엘의 음모, 추기경 두레티가 난장판이 된 바티칸에서 어떤 발언을 할 지에 관한 것, 에이바가 왜 아드리엘의 과거를 보고 그가 천사가 아니라 악마인지 판단한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들어갈 것 같다.

총평

시나리오

 모든 촬영 로케이션은 스페인에서 찍었지만 스페인어는 나오지 않고 영어로 감상하면 되고 영어자막으로 보려다가 tetraplegic 이런 단어들이 너무 낯설고 중간중간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같은 언어를 쓰는데 감이 안 잡혀서 한글 자막으로 바꿔 보게 되었다. 시나리오는 코믹북 기반으로 넷플릭스를 위해 각색이 들어갔다. 감독과 작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편견없이 작품성만으로 한 번에 정주행 완료했고, 끝까지 보고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원작이든 각색이든 시나리오 작가의 성격이었다.

 이 작품은 진행하면서 수많은 떡밥(?)을 던진다. 이 많은 떡밥이 회수가 가능할까 싶다가도 그래 이 정도 떡밥 회수면 됐지 싶은 부분이 아주 많다. 보통 사람들은 영화든 소설이든 주인공 기준으로 선과 악을 구별하고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며 전개 과정에서 인물 분류가 끝이 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모든 구간에서 "어 그거 아니야", "진짜 나쁜 사람은 얘야", "헷갈리지?" 같이 변덕스럽게 진행된다. 이 드라마처럼 제대로 피아구분 안되는 작품은 처음이다. 떡밥은 나쁜놈처럼 그려놓고, 사실은 착한애였어 라고 하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나는 드라마나 연극 전공이 아니니까 제대로 말은 안하겠지만 그런 전문가들이 볼 때 이 시나리오는 3점 이상 넘기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끝까지 보게 하는 매력이 바로 그 부분이라서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케릭터

 시나리오 못지 않게 케릭터,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겉으로는 변덕스럽고 이기주의처럼 보이는 주인공 에이바의 당찬 워딩은 사람이 이토록 책임감이 없는데 주인공이 될 수 있나 싶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혀 미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앳된 소녀의 외모와 사지마비였던 배경이 사람을 연민으로 이끄는 것 같다.

 이와 반대 성격인 메리는 이타적이고 배려심 많은 더블 샷건(?)이라는 독특한 케릭터다. 근데 이 둘의 조합 은근히 재밌다. 자상하게 주인공을 이끌기도 하지만 그래 니 맘대로 해봐 하면서 주인공을 확 놔버리기도 한다. 또 동료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복수심을 내면 깊숙이 갖고 있으면서 이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성격을 가졌다. 만약 메리라는 케릭터가 없었으면 이 드라마는 천방지축 케릭터들만 날뛰는 액션 스릴러 영화로 끝났을 것이다.

 제일 종잡을 수 없었던 케릭터는 질리언과 릴리스였다. 질리언은 아크테크의 대표로서 아들에 대한 모성애 때문에 성물과 디비늄, 양자터널에 대해 파헤치는 인물로 과학을 이용하기 때문인지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아 보였던 것은 아니다. 블랙미러를 자주 봐서 인지 몰라도 대기업 대표라든가, 과학자는 어딘가 세속에 찌들어 이윤만 추구하고 인간 영혼에 대한 경외심 없이 기술 개발만 하다가 결국 지옥 포탈을 열어버린다거나 하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릴리스도 디아블로 시리즈를 해서인지 몰라도 시즌1 끝날때까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릴리스는 악마의 딸, 악마 소환자 같은 이미지의 이름이지만 수녀로 등장해서 깜짝 놀랐고 주인공을 끝까지 괴롭힐 줄 알았는데 어느순간 괴롭히지 않아서 더 놀랬다.

 이 외에도 빈센트 신부라든지 추기경 두레티 라든지 정말 케릭터가 입체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하면서 살아있는 케릭터가 많다.

장점과 단점

 이 드라마는 킬링타임용, 여가시간에 할 것 없을 때, 액션과 중세시대 모티프 좋아할 때, 수녀가 나오지만 나쁜녀석들 느낌의 악당 느와르 느낌을 좋아하면 추천하다. 진부한 전개에 뻔한 악당 패는 내용에 질리신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나름 시즌1에 10화 각 40~50분 정도로 그렇게 부담가지 않으면서 괜찮은 길이인 것 같다. 코믹북 기반으로 각색해서 그런지 외국 사이트에는 팬 사이트가 있고 어느정도 팬덤도 있으면서 스페인 문화권 사시는 분들에게도 인기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파격적이고 CG 잔뜩 들어가고 깔끔한 액션을 좋아하시는 분은 살짝 실망할 수 있다. 액션이 정갈하면서 몰입이 깨지지 않을 만큼 볼만한 정도이지, CG 때문이라도 봐야할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다. 고구마 먹은 듯한 전개나 깔끔하지 못하고 떡밥 남발하는 시나리오 싫어하시는 분들은 실망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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