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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체르노빌 리뷰

PENGUlN 2023. 8. 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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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지 9년정도 되었다. 일본 정부는 사고를 감추기에 급급하고, 해당 지역민을 대피시키고 일을 해결하는 모습보다는 날조된 통계와 수치로 자국민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에 후쿠시마 지역에 대한 안전성을 호도하고 있다. 비단 동북부 지역뿐만이 아니라 전국토에 오염토를 옮겨 심어, 최근에는 유치원 놀이터에서 놀다 오염토를 만지고 백혈병에 걸린 아이 2명도 있다고 한다. 그런 주지의 사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고 야구를 후쿠시마 지역에서 치른다고 하며, 굳이 전 세계에서 한국을 콕 찝어 후쿠시마 인근 지역 수산물 수입규제를 철폐하라고 WTO에 제소까지 했었다. 일련의 현 상황과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인터넷 커뮤니티는 혼돈의 도가니탕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넷플릭스에서 체르노빌 Chernobyl 이란 드라마가 나왔는데, 시각효과나 스토리라인이 꽤나 사실적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발군이라는 평가가 올라왔다. 왕좌의 게임 결말에 실망했던 많은 미드팬들이 엄청 호평한 작품이니만큼 단단히 준비하고 시청하게 되었다.

 작품은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거짓과 거짓말, 대가는 무엇인가? 하는 뭔지 모를 철학적인 질문을 녹음하는 장면인데, 처음 볼 때는 뭔지 모를 의문만 남기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나니 수마상관의 구조이며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임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장면 하나하나 낭비되는 장면도 없고,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사람들이 이런 새로운 기술의 위험성과 해악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는데 충실했다.

처음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내부 소수의 엔지니어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이 사고가 단순 방화거나 폭발로 이해했기 때문에, 먼저 소방관이 출동해서 불을 끄는데 집중했지만 근처에 떨어진 흑연이 어디서 날아온건지 그걸 만지면 손이 방사능에 노출되서 몸이 썩어들어가는지 알지 못했다. 근처 병원에 근무하던 사람들과 지역주민들은 멀찌감치 감상하거나 환부와 피폭된 소방관들의 옷을 맨손으로 만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당연히 모든 사고는 역시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모든 총체적 난국의 복합체로서 사소한 실수가 하나 하나 하나 모여서 대형사건이 된다.

 초기에 제어실에 있던 책임자는 사고가 발생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오후에 진행되기로 했던 실험이 있었는데, 인근 도시에서 공장을 돌려야하니 실험을 위한 정지를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었다. 설상가상으로 새벽 크루들과 실험을 강행했지만, 새벽 크루들은 전혀 실험을 해본 적도 없고 매뉴얼 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채 진행하게 되었다. 이 부분에서 정말 소름이었던게 얼마전 국내에서도 한빛원전에서 미온적 대처로 말이 많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사고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되는데, 전문인력으로 최선의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인데도, 체르노빌에서 그리고 한빛원전에서도 섬뜩한 일이 일어났다. 아무튼 전문적인 핵물리학에 대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드라마에서는 그 운전실에서 엔지니어들이 상황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당황하는게 모두 보여진다. 처음엔 폭발일지도 예상못하고, 더군다나 1980년대에는 많은 것이 자동화되지 않았고 첨단감시장비도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일일히 전부 확인하러 사람을 보내고 다치고 피폭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냉각수파이프가 고장이 난건지 사람을 원자로까지 보내서 작업을 해오라고 하는데, 아무리 무능했던 엔지니어들이라도 보여주는 수치들을 읽을 줄은 안다. 대충은 짐작하지만 심상치 않음을 느꼇고, 더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더 절망적인 것은 사회가, 특히 정부의 인식이다. 그 당시 소비에트 연방은 자국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였고, 사고를 감추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역시 2011년의 일본과 같이 그런 사후수습은 결국 체르노빌에서는 통하지가 않았는데, 인근지역의 폴란드와 독일에까지 방사능수치가 검출되었다. 그제서야 인정한 소비에트 연방은 수습을 하기위해 우주탐사에 이용되는 장비까지 독일에서 들여와서 도전해보는데, 역시나 아비규환이된 체르노빌에서는 제대로 작동할리가 없었다. 기계로 안되는데, 지하수오염과 인근 토양의 오염까지는 대략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된 것은 결국 인간로봇, 즉 Bio Robot이다. 5분만 노출되도 치명적인 방사능에서 인부 한명당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1분 조금 넘는 시간. 그 사이에도 치명적인 피폭으로 실려가는 사람들이 다반사였는데, 이들이 체르노빌 지붕에서 원자로쪽으로 흑연들을 치우느라 정말 갖은 고생을 하는 장면들이 리얼하게 나온다.

 지금도 다시 생각해보면 끔찍한 상황지만, 그 바이오로봇 투입과정에서 묘사했던 그 상황이 너무나 무섭다. 입에는 납 맛이 진동하고, 치아는 물론이고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않고 기운이 빠지며, 청각과 시각도 현저히 나빠지는 상황이 정말 무섭다. 갑자기 코피를 흘린다던가 멀쩡했다가도 피폭되어 돌아왔더니 몸 전체가 망가져있는 상황은 생생하면서 보기 힘들정도로 잔인한 현실이었다.

 이 체르노빌 드라마는 가상의 인물들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데, 끝까지 발뺌하는 피고인을 끝내 법정에서 단죄하고 사건의 전말을 감추려는 소비에트 연방에 일침을 날리는 결말로 끝이 난다. 물론 모두가 원하는 그나마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이런 사고에선 아무도 행복할 수 없다. 사건 당사자도 그렇고 지켜보는 우리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가 이런 작품들을 사랑하고 끝까지 봐야하는 이유는, 우리가 환경운동가가 되기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대형사고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흔한 전염병 조차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면역력이 좋지 못하면 큰 대가를 치르는 것처럼, 이런 사고도 경각심을 가진 개개인들이 모여야만 예방될 수 있다.

 그리고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책임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사고 후에 처벌하는 과정에서 가중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더욱 크게 느낀다.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도 하면 안 되는데 거짓말을 하는 순간 상황파악도 더 힘들어지고, 해결을 위해 투입되는 자원에도 착오가 생기기 마련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거짓말의 대가는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리뷰 #체르노빌 #줄거리 #감상문 #Chernob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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