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감상한 것은 대략 몇 주 된 것 같지만 뒤늦게나마 포스팅해본다. 먼저 시작부터 스포일러이며, 필자는 아무런 영화적 전공 지식도 없고, 그냥 놀란 감독,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작품들이 좋아서 좀 찾아보는 정도의 일반 시민임을 먼저 주지하고 시작하려고 한다. 요즘 말 많고 탈 많았던 승리호를 거의 10번 가까이 다시 되풀이해 보았다. 분명 처음에는 스킵하면서 보게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다회차 이상으로 넘어갈 수록 다 괜찮게 느껴지고 모자란 부분 없이 넘치는 부분없이 깔끔했다는 인상을 준다. 흔히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많은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그 비판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을 갈아넣는 한국적 특수성, 인적 자원에 대한 빈약한 투자를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훌륭하게 한국적 SF 영화를 그려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먼저 제일 많이 거론되는 부정적인 요소로 신파극을 들 수 있다. 이는 1000만 영화 대대로 내려오는 공식 흥행 요소다. 가족애와 사랑이 없이 굴러가는 영화는 물론 많다. 하지만, 가상의 설정 안에서 사람들이 우주에서 그 쌩고생을 하는 이유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주기 때문에, 적당히 필요할 땐 필요하다. 그토록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언맨이 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희생하는 가 하면 가족애와 사랑이 제일 그럴듯하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실화도 아닌 허구의 세계관에서 주인공이 뜬금없이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게 되는 이유를 한 번 고민해보면 시나리오 작가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두번째로 지적되는 점은, 스토리의 개연성이다. 꽃님이를 만나자마자 승리호 일행과 가까워지는 과정, 그리고 꽃님이와 조금 가까워졌다고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습, 어찌보면 쌩판 남인 인물들이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끈끈한 유대관계 같은 점들이 아쉽다 할 수 있다. 혹은 설리번이 150살 넘게 살 수 있던 비밀, 나노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혈류를 타고 흐르는 그의 악마같은 모습 등은 훗날 스핀오프같은 차기작을 통해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굳이 친절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흘러갈 만큼의 힘은 있었기에 그렇게 까지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탄탄한 원작을 배경으로 했다던가, 우리나라의 시나리오 작가군이 정말 풍부하다든가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아쉬운 점이 많은 업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이번 승리호를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관중들은 꽤나 그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국적, 성별, 영화에 대한 관심을 떠나서, 전체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이 꽤 높은 것 같다. 이전에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소감에서 미키 리가 언급했듯이 직설적인, 솔직한 평가와 그 높은 수준이 이번에도 나타난 것이다. 졸려서 잤다. 그래픽이 만화 스럽다. 시나리오가 너무 조악하다. 그래도 이 정도 평가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 나는 이번 승리호를 시작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물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로맨스도 좋지만 역사, 우주, 과학, 서스펜스, 좀비 같은 다양한 장르를 시도 해야 풍부한 문화 토양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승리호는 두 번, 세 번 볼 수록 볼만하다. 무겁고 집중하면서 파헤치는 영화라기 보다는 새로운 흥미를 돋구는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제격이다.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