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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흡연을 인식하게 된 시기

 한 여름에 에어컨을 틀기는 애매하고, 선풍기로 버틸만할 때 창문을 보통 활짝 열어 놓는다. 우리집이 아파트 저층인데, 이따금씩 담배 냄새가 솔솔 불어올 때가 있다. 이때부터였다. 흡연자, 그것도 연초를 피우는 사람이 내가 사는 건물에 있다. 외부 창문만 열면 들어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 후로 몇 달이 지나서 층간흡연을 면밀히 추적하고 내린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담배 냄새 추적 후기

 창문, 베란다 등을 통해서 들어오는 담배 연기는 정확한 위치 추적이 어렵다. 아래층일 수도 있고, 윗 층일 수도 있다. 같은 라인일 수도, 같은 라인이 아닐 수도 있다. 냄새를 확인하는 즉시 직접 눈으로, 코로 확인해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냄새가 날 때마다 창문 밖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고, 냄새가 나는 방향을 추적했다. 그리고 예상 밖에 내 위층 대각선 위의 집인 것을 확인했다. 냄새가 꾸준히 오래도록 계속 난다면 아랫집일 것이지만, 드문드문 냄새가 이따금씩 넘어오기에 옆 집이나 윗 집일 것으로 추정하고, 사방 팔방 문 앞에 코를 대가며 맡아보았다. 그랬더니 대각선 윗 집 문 앞에서 나는 찐한 연초 연기를 알아냈다.

 

 

외부 담배연기 해결 방법

 딱히 해결 법이 없었다. 말 그대로 개지랄(?)을 할 것이냐, 엘리베이터에 안내문을 부착할 것이냐, 경찰을 부를 것이냐, 관리사무소에 전화 할 것이냐. 무엇하나 강제력이 있거나 남의 집 문을 열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었다. 그냥 창문을 닫는 수 밖에 없다. 한 여름에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참고로 경찰도 가정 문을 함부로 열 수 없다. 관리실도 마찬가지다. 집을 세 준 집주인도 마찬가지다. 그냥 체념을 하고 창문을 닫자. 마음을 쉽게 돌릴 수 있는 명필이라면 엘리베이터에 호소문이라도 붙여보자.
 
 

실내에서 솔솔 들어오는 담배 냄새 추적 후기

 화장실 배기구, 댐퍼, 하수구, 주방 후드, 콘센트, 인터넷 단자함이 유력하다. 윗집, 아랫집, 옆집이 연결되어 있는 이런 장치들은 층간 흡연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전달 되기 쉬운 통로다. 이전에 살았던 원룸에서는 주방 후드에서 남의 집 요리 냄새가 미친듯이 넘어왔다. 어떻게 시공을 했는지, 한 집이 요리를 하느라 후드를 열면 옆 방에 냄새가 그대로 넘어가게 되어있었다. 정말 멍청한 설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아파트 실내에서 은근하게 나는 연초 연기는 도대체 진원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건물이 오래 되어서 실리콘 같이 마감한 부분이 떨어져서 냄새가 넘어온 줄 알았다. 글루 건과 다이소에서 구매한 가정용 실리콘 등으로 해봤지만 실리콘은 생각외로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틈새를 메우는 것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마감이 엄청나게 보기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 퍼티(Putty, 일명 빠데)였다. 퍼티는 일단 수용성이라 손에 닿아도 물에만 씻으면 괜찮았고, 은근히 찰흙이나 도자기처럼 성형하는 것이 가능했다. 빵칼이나 배달음식 비닐 자르는 칼 같은 것이 있으면 퍼티를 바르고 마무리를 나름 이쁘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퍼티를 슥슥 발라가면서 온 집안의 틈을 메웠다. 다이소에서 사는 퍼티를 5개 정도 발라봤는데 여전히 담배 냄새가 났다.
 
 

정말 다 메운 것 같은데 어디서 냄새가 올라올까?

 그 때부터 콘센트 쪽을 의심했다. 일단 다들 콘센트를 의심하라 해서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아무리 냄새를 맡아봐도 콘센트에서 직접 냄새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안 쓰는 콘센트는 막아두고, 콘센트 주변을 다이소에서 파는 방한벽지로 혼자 붙여봤다.
"유레카"
 콘센트에서 직접적으로 냄새가 넘어오지 않았지만, 콘센트 주변부에 있는 벽에서 스멀스멀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직접 도배를 뜯어보고 확인 해 본 것이 아니라서 추정일 뿐이지만, 지은지 오래 된 건물이라 콘센트쪽에 있는 벽에 금이 갔거나 마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일단 방한벽지의 효능을 확인 했으니 벽지를 조금 더 사서 조금이라도 냄새가 넘어올 수 있는 벽에 더 붙여보려고 한다. 어차피 방한벽지라서 외부와 내부의 열 전도(?)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여름에는 외부의 뜨거운 열이 내부로 들어오지 않고, 겨울에는 외부의 차가운 기운이 내 방으로 들어오지 않는 효과도 있겠다 좀 더 붙여야겠다.
 

그 이외의 솔루션

 이 방한벽지를 사용하기 전에도 나는 온갖 외부에서 잡 냄새가 들어와서 내 기분을 망칠 것을 대비해 공기청정기와 공기정화용 식물을 배치해 놓았다. 공기청정기는 1~2년에 한 번씩 교체를 나름 열심히 하고 있고, 내가 기르는 식물은 '스킨답서스'다. 정말 어지간히 똥손이 아닌 이상 못 기르기가 힘들다. 물만 적당히 생각 날 때만 주면 잘 자란다. 물에 있는 영양소만으로도 정말 잘 자라서 물에만 길러도 좋다. 1년만 가지치기를 안 하면 크기가 화분의 거의 1.5배 가까이 자란다. 여러분도 공기 정화용으로 스킨답서스를 키우세요.
 
 
 
 
 
 
바닥을 실리콘 몰딩 해본 이미지 1
장판 구석에 마감으로 실리콘이 있었는데, 여기서 담배 냄새가 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퍼티를 바르기 시작했다. 하얗게 퍼티를 발라보았다. 냄새도 없고, 인체에 무해한 성분인 것 같다. 다만 단점으로는 수용성으로 물에 의해 변형이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전문 업자가 아니다보니, 마무리가 너무나 지저분했다. 이 작업을 모든 구석구석 테두리에 다 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크랙 필터 이미지
다이소에서 해당 퍼티 제품을 개당 2천원 정도에 구매했다. 용량은 많이 쓰면 금방 줄어든다. 4평 정도 되는 방에 모두 쓰려니까 5개 이상이 필요했다. 오공 본드로 유명한 오공 사의 제품도 섞어서 사용했다.
 
벽을 흡음재, 단열재를 추가로 붙여 보았다. 다이소에서 구매함.
방한 벽지를 잘라서 붙여보았다. 접착 부분에서 냄새가 아주 심하게 나기 때문에, 환기 할 시간이 여유롭게 있을 때 바르시길 추천드린다. 냄새가 매우 역하고 오래 간다.
 
 
콘센트 구멍을 다이소에서 구매한 덮개로 마무리한 이미지
정교하게 오리고 붙이진 않았지만, 그동안 했던 모든 시도들 중에서 제일 층간흡연에 효과가 있었다. 콘센트 구멍을 일단 막고, 콘센트 주변부에 방한 벽지를 붙이고 난 후, 층간 흡연으로 인한고통이 99% 줄어들었다. 원래 콘센트가 층간 흡연의 취약점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건물이 낡아서 이렇게 주변부까지 막아야 효과가 있을지는 상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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